본문 바로가기

조곤조곤 차곡차곡

식구의 뜻은 곧 행복의 기원

"아빠! 식구가 먹을 식(食)에 입 구(口)지?"

"우와~ 맞아. 어떻게 알아?"

"그 정도는 기본이지."

 

3월에 3학년이 되는 아들 녀석의 말입니다. 아는 것 자랑하려 한 것인지, 궁금해 확인하려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10살짜리도 아는 내용입니다. 식구는 먹을 식, 입구. 함께 먹는 사람을 말합니다. 국어사전에 "한집에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 또는 한 조직에 속하여 함께 일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옵니다.

 

영화 <비열한 거리>(유하 감독)에서 주인공 조인성(병두)의 대사가 그대로이죠.

 

"아야, 형이 하나 묻자. 식구가 머여? 식구가 먼 뜻이여? 식구란 건 말이여. 같이 밥 먹는 입구녁이여. 입구녁 하나, 둘, 서이, 너이, 다써, 여써, 나까지 일곱. 이것이 다 한 입구녁이여. 알겄냐? 그면 저 혼자 따로 밥 먹겠다는 놈은 머여. 그건 식구가 아니고 호로새끼여. 그냐 안 그냐?"

 

비열한 거리 포스터

 

가족은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을 말합니다. 같이 식사를 함께하는 사람들보다는 좀 더 큰 의미입니다. '가족'은 일본식 한자라는 말도 있더군요. 우리는 식구란 말을 사용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예전 대가족처럼 모여 살지 않습니다. 가족이어도 큰 명절이나 대소사 때 함께 식사 자리에 앉아야 비로소 식구가 되는 것이지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행복을 진화론적 관점으로 설명한 <행복의 기원>(서은국, 21세기북스)에서는 행복의 기원을 한 장의 사진으로 설명합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이 행복이라고요. 함께 먹는 사람이 좋으면 곧 행복한 식구가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행복의 기원>(서은국, 21세기북스)

 

매일 아침, 저녁. 함께 하는 내 식구들. 어쩌다 다투고 분위기가 좋지 않은 식사 자리가 있지만, 그래도 늘 행복한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잔소리나 분위기 나빠질 말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잖아요.

 

뜬금없이 전화해 밥은 먹었냐고 물으시는 아버지의 전화는 자식 걱정뿐 아니라, 자주 함께 식사하지 못해 정을 느끼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부모님 댁에 방문하면 가까이 사는 동생네와도 함께 식사합니다. 가까이 사는 처가댁은 더 자주 함께하고요.

 

아이들이 커서 집을 떠나도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자리가 자주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도 그리 생각하면 좋겠고요. 그러려면 제가 더 노력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