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곤조곤 차곡차곡

사진을 찍었다. @다경사진관/스튜디오

사진을 찍었다. 제대로 된 조명과 카메라를 갖춘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에 훌륭한 사진기가 있어 시시때때로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찍는 일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겐 흔치 않은 일이다. 4~5년 전 여권 기한 만료로 스튜디오를 방문했었고, 재작년에 아버지 칠순 기념으로 온 가족이 모여 촬영을 했었다. 나름 스튜디오 방문 전 깨끗이 단장을 했고, 어떻게 웃어야 할지 거울을 보며 연습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은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이었다.

 

 

기생충 버전

 

 

10년을 넘게 함께 일하던 동생이 퇴사하고, 스튜디오를 개업했다. 매일 아침 커피를 함께 마시고, 하루에도 몇 번씩 잡담을 나누던 사이였다. 농담처럼 날 오피스 와이프라고 부르곤 했었는데, 흠~ 어쩌면, 아내보다도 더 많은 대화를 했었을 수도 있겠다. 어느 날 점심을 함께 먹기로 하고 스튜디오에 들렀다.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바빠 보여 꽤 널찍한 스튜디오를 둘러보고, 작은 메이크업 부스에 앉아 있었다. 함께 일하는 실장님이 다가와 커피를 권했다. 금방 식사하러 나갈 예정이어서 거절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사진을 한 장 찍어주겠단다. 이마저 거절할 수 없어 의자에서 일어나긴 했지만, 당황스러웠다. 옷도 그냥 평상복이고, 머리도 부스스한데…. 운동화를 벗고 안쪽의 스튜디오로 들어가 실장님이 일러주는 조명 아래 섰다.

 

한쪽 손을 주머니에 넣어보란다. 푹 찌르지 말고 살짝 걸치란다. 오른쪽으로 살짝 몸을 돌려보란다. 팔짱을 껴보란다. 웃으란다. 시키는 대로 했다. 손님과의 얘기가 끝났는지 갑자기 등장한 동생이 아기 돌 사진 찍을 때나 사용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난감을 들고 불쑥 나타난다. 웃음이 터졌고, 플래시도 터졌다. 식사하고 오면 사진 뽑아놓겠다는 얘기를 듣고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개업한 지 10일 정도 되었는데, 나름의 고충이 많은 모양이다. 10년을 넘게 다닌 직장을 때려치우고, 내 사업하니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 많단다. 이런저런 걱정으로 잠도 편히 못 잘 정도란다. 나름의 준비를 착착했는데도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쉬운 일이 어디 있겠나. 오랫동안 넘게 좋든 싫든 울타리 안에 있다가, 허허 들판에서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오죽할까. 처음이니 어려운 시기만 지나면 나아질 거라는 해도 그만인 위로를 하고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실장님으로부터 사진을 받았다. 어색하다. 내 얼굴이 이랬나 싶다. 고등학교 때 노래방에서 폼잡고 부른 노래를 녹음한 테이프를 이어폰 끼고 듣는 것처럼 어색하다. 눈가에 주름이 늙어 보이기도 하고. 활짝 웃는 모습이 고민 많은 요즘의 상태와는 다른 것 같아 괜히 속상하다. 사진 잘 나왔다며, 미소가 자연스럽다는 서비스 같은 칭찬에 리시브하듯 고맙다며 웃었다.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던데, 그간의 행했던 일들이 얼굴에 나타난단 뜻일 테고, 그간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일 테다.  과연 내가 걸어온 길은, 내 선택은 어땠을까? 사무실에 들어오니 동생이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준다. 이리저리, 요리조리 바라보니 그럭저럭 괜찮다. 미소가 맘에 든다. 사진이 맘에 든다.

 

하여튼, 멋진 선택을 하고 고군분투하는 동생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번창하길~ 내가 도와줄 게 뭐 있겠나. 가끔 연락하고 밥 먹고, 차나 마시고. 주변에 사진 찍을 사람에게 소개하는 정도지.

 

*다경 사진관/스튜디오(구. 대진사진관)

 - 주소 : 경기 포천시 건너말길 6-2 현진빌딩 2층. (지번 포천시 선단동 55-1)

 - 전화 : 010-3415-7417

 - 블로그 :  https://blog.naver.com/dkstudio2020

 - 영업 : 평일 09:00~19:00, 토요일 09:00~05:00. 일요일 및 공휴일 가족사진 예약 가능 

 

※ 사진 잘 찍습니다. 친절합니다. 주인장 인성이 훌륭합니다.

 

 

 

 

 

'조곤조곤 차곡차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 간식 놀이  (2) 2020.03.02
식구의 뜻은 곧 행복의 기원  (0) 2020.02.27
내 이름은 조보름  (2) 2020.02.24
사이트맵  (0) 2020.02.15
일 잘하는 목수는 아니지만...  (0) 2020.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