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곤조곤 차곡차곡

내 이름은 조보름

내 이름은 조보름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조보름'이다. 사는 곳은 양주 옥정동이다. 생일은 2018년 12월 16일이다. 하지만 나이는 네 살이다. 생일날 이곳으로 오면서 엄마, 아빠, 언니, 오빠 이렇게 다섯 가족이 되었다.

 

포천 소흘읍 쇼핑아울렛 거리의 노스페이스 매장 앞에서 지금의 가족을 만났다. 추고 배고팠다. 따뜻한 손길도 그리웠다.

 

차에서 내려 매장으로 들어가던 나만큼 귀여운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에게 다가 갔고, 아이는 나를 만져주었다. 아빠가 부르는 소리에 유리문 안으로 들어간 아이는 잠시 후에 동생을 데리고 나왔다. 엄마, 아빠도 나와 한참을 나를 보았다. 가게 주인도 나왔다. 나를 두고 한참을 얘기했다. 아빠는 마음대로 하라며 차에 올랐고, 엄마와 남매는 여전히 나와 함께 있었다.

 

박스에 담겨 집으로 처음 온 날

 

"함께 갈래?"

 

엄마와 남매는 내게 말하고 천천히 걸었다. 나는 뒤따라갔다. 모두 차에 탔다. 문을 열어둔 채로 출발하지 않았다. 나는 문 앞에 앉아 계속 그들과 눈을 마주쳤다. 한참을 가지 않고 있더니 나와 처음 눈이 마주쳤던 꼬마가 날 안아 올렸다. 난 얌전히 차에 탔다.

 

10여 분쯤 달려 근처 마트의 동물병원에 갔다. 수의사 선생 말로는,

 

"두 살쯤 되었군요. 집에서 생활한 녀석이고, 길고양이 생활은 2~3달 정도 한 것 같아요."

 

주인이 잃어버린 거라면, 보통 근처의 동물병원에 연락해온단다. 하지만, 근처 대학의 학생들이 어린 고양이를 키우다가 성묘가 되거나, 졸업하거나, 집을 옮기거나, 방학을 하게 되면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도 이런 경우 같으니, 생각 있으시다면 가족이 되는 것도 좋을 것 같단다. 그날 밤 오랜만에 달콤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이들과 가족이 되었다. 엄마, 아빠, 언니, 오빠 그리고 나. 조보름.

 

담겨 온 박스가 달콤한 내 집이 되었다.

 

'조곤조곤 차곡차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 간식 놀이  (2) 2020.03.02
식구의 뜻은 곧 행복의 기원  (0) 2020.02.27
사진을 찍었다. @다경사진관/스튜디오  (0) 2020.02.20
사이트맵  (0) 2020.02.15
일 잘하는 목수는 아니지만...  (0) 2020.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