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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전파사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일을 놀이처럼 즐기는 딴따라 PD의 파업 투쟁기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일을 놀이처럼 즐기는 딴따라 PD의 파업 투쟁기

 

2012년 겨울 <MBC 프리덤>을 보았다. UV의 <이태원 프리덤>을 개사한 노래에 출연자들이 립싱크를 하면서 원테이크로 제작된 일명 '립덥' 영상이었다. 내용은 당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MBC 노조의 주장이 담겨있었다. 입에 쫙쫙 붙는 라임에, 오랜 파업으로 볼 수 없었던 스타 아나운서와 PD, 기자들을 볼 수 있었다. 유튜브를 통해 인기를 끈 동영상은 노조의 파업 당위성이 절로 퍼지는데 한몫했다. 이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이가 바로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김민식, 푸른숲)의 저자 MBC 김민식 PD다.

 

*mbc 프리덤 영상 보기 https://youtu.be/vT1J9ZwH1jM

MBC 프리덤

 

자칭 딴따라 PD라는 김민식 PD. 그가 쓴 <매일 아침 써봤니>(위즈덤하우스)와 그의 블로그 <공짜로 즐기는 세상>의 애독자로 , 그가 얼마나 글을 쉽고 재미있게 쓰는지 잘 알고 있었다. 신간이 나온 걸 블로그를 통해 알고 있었는데, 그에 못지않게 유쾌한 글을 쓰는 서민 교수의 리뷰를 보고 바로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했다.

 

*김민식 PD의 블로그 공짜로 즐기는 세상 https://free2world.tistory.com/

 

공짜로 즐기는 세상

MBC 드라마 PD이자,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매일 아침 써봤니?>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의 저자, 유튜브 채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독>, 김민식 PD의 블로그입니다.

free2world.tistory.com

 

다음 날 배송된 책을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어 보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앉아 마저 다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알았다. 당시 승진에서 누락한 동기들은 다 파업 참가자들이었다. 어느새 나는 부역자가 되어 있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너무 부끄러웠다.” 55쪽 

 

이 책은 작가가 직접 참여한 2012년 MBC 파업을 통해, 인생에서 싸워야 할 때가 언제인지, 왜 싸워야 하는지, 즐겁게 싸우는 방법과 제대로 싸우는 방법에 관한 얘기다. 단지 모르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알게 된 후에도 모르는 척하는 이들이 수두룩한 세상이다. 저자는 뒤늦게라도 깨닫고 난 뒤 용기 있게 행동한다.

 

"기자들끼리 일상 투쟁을 하라는 말은, 회사를 상대로 개인이 싸우라는 의미입니다. 조직에서 개인은 약자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면,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기자들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싸우는 것이 노조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67쪽

 

내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지 않는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이 많다. 본인이 노동자인지 모르고, 노동자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는 노동자가 많다. 신자유주의가 만연한 세상에 모든 책임을 개인의 ‘노오오력’에만 돌리는 것이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인 것처럼 회사도 마찬가지다. 노동자의 사정을 알아서 헤아려 주는 사용자 측만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하니 노조가 필요한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입사한 사람은 윗사람 눈치를 살핀다. 잘리지 않아야 하니까. 높은 분들 심기에 거슬리는 보도를 하지 말라고 하면 취재를 아예 안 하고, 바른말 하는 출연자를 자르라고 하면 바로 자른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양심도 팔 수 있어야 한다. (중략) 돈 받고 힘센 자의 뒤를 봐주고, 돈 받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사람은 용역 깡패와 다를 게 없다.” 78쪽

 

한두 단어만 바꾸면, 대부분 직장에서 통용할 수 있는 말 아닌가?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가 아닌, 공공기관이나 자치단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승진하려는 사람은 윗사람 눈치를 살핀다. 잘 보여야 하니까. 심기를 거슬리는 선택을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고, 위에서 원하는 대로 일을 한다. 자치단체장이 모든 면에서 담당 공무원보다 뛰어나면 상관없다. 하지만 모든 자치단체장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여하튼 승진하기 위해서는 양심도 팔 수 있어야 한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힘 있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만 하는 사람은 용역 깡패와 다를 게 없다.

 

“공공재를 지켜야 한다.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공공재여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너진 공영방송을 살리기 위해 힘쓰는 모든 사람을 응원한다.” 170쪽

 

코로나 19로 마스크 하나 제대로 살 수 없고, 진료 시설도 부족한 상황이다. 미흡하지만 정부와 자치단체의 노력으로 농협의 하나로마트와 우체국을 통해 마스크를 공급하고, 공공의료 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공공재는 최후의 보루다.

 

책에서도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죽음>(피터 플레망, 한스미디어)을 인용해 설명한다.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자본 대부분은 재벌에 넘어갔다. 더는 뺏을 수 있는 재산과 자본이 없으니 공공재에 손을 대는 것이다. 민자유치라는 허울 좋은 말로 포장된 고속도로와 산업단지. 수익이 남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공공 의료원을 팔아 치우고, 영리 병원을 허가해주는 등의 행위가 어떤 의도에 의해 작동되는 것인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살다가 때로는 싸워야 할 때가 있다. 직접 나서서 싸울 수 없을 때도 있다. 괜찮다. 그럴 때는 우리를 대신해 싸우는 누군가를 응원하면 된다. 그 응원에서 다시 행동은 시작된다.” 224쪽 

 

김민식 PD와 MBC 노조는 결국 공영방송 MBC를 지켜냈다. 물론 동참한 많은 시민의 응원도 큰 역할을 해냈다. 직접 나서서 싸우지 못한다고 뒤로 빠져만 있을 필요는 없다.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줘야 한다. 응원해주어야 한다.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김민식, 푸른숲) 

 

책은 싸움에 관한 얘기만 하지 않는다. 싸움의 기술을 통해 방송국 PD,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해야 하는 기획자, 특히 리더에게 유용한 팁도 수두룩하다.

 

“자신이 낸 아이디어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 아이디어 가운데 가장 좋은 게 무엇인지 결정하는 사람이 피디다. 피디에게 아이디어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회의 시간에 작가나 스태프가 입을 다문다.” 26쪽

 

“실패하는 사람도 보듬고 보살필 줄 알아야 조직의 경쟁력이 살아난다. 막내들에게 도전과 창작의 기회를 주는 것이 기존의 MBC였다.” 87쪽

 

“촬영에 앞서 연출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획 의도 공유다.  이 영상을 만들고 싶은 이유를 출연진과 스태프도 이해하도록 공유해야 한다.” 98쪽 

 

“단지 거들뿐이다. 절대 명령하거나 지시하지 않는다.” 100쪽

 

“연출은 항상 대안이 있어야 한다.” 102쪽 

 

“누군가 나쁜 소식을 가져왔을 때 절대로 메신저에게 분을 풀면 안 된다. (중략) 내 행동에 아무도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다면 내가 완벽한 상사라서 그런 게 아니라, 포악한 리더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직언을 꺼리는 것은 공포심 때문이다.” 189쪽 

 

“어떤 일을 이루려면 방법은 간단해야 하고, 주체는 단순해야 한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얻어야 가능하다면, 사람들을 모으고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진정 원하는 일이 있다면 일단 혼자 시작해야 한다. 공부도 그렇고 싸움도 그러다.” 234쪽

 

“더 많은 사람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싸움의 기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호는 간단하고, 싸움은 재미있고, 메시지는 공정해야 한다.” 240쪽

 

책을 읽는 내내 과거의 MBC는 정말 좋은 회사였구나, 김민식 PD나 그의 동료와 같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또 직장 문제로 고민인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직장 내에서 싸워야 할지 버텨야 할지 고민인 사람에게 특별히 추천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알고 싶은 사람이 읽어도 좋겠다. 총선을 앞두고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지, 어떤 세력을 응원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권한다.

 

단, 책의 띠지는 타인의 과한 관심을 유발할 수 있으니 띄지 않도록 주의하자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고 찾아본 후, 솔직한 제 생각을 담은 리뷰를 작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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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전파사, jocha 조차



출처: https://jocha.tistory.com/18?category=918562 [리뷰 전파사(傳播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