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홍 님께!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했습니다. 롯데제과에 다니던 아버지 덕에 초등학교 입학 전에 리틀 자이언츠 회원이 되었지요. 기념품으로 받은 타자 헬멧과 푸른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다듬이 방망이를 어깨에 걸친 채, 온갖 낙서가 되어있던 연탄창고 앞에서 폼을 잡고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1984년은 롯데 자이언츠가 처음으로 우승한 해입니다. 지금도 최동원의 4승으로 회자 되는 코리언 시리즈죠. 잠실야구장 7차전에 좌측 외야석에 있었습니다. 술에 반쯤 취해 시끄러운 아버지와 직장동료들 틈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추웠고 집에 가고 싶었어요. 갑자기 조용해졌고, 제 앞으로 하얀 공이 날아왔습니다. 유두열의 3점 역전 홈런이었습니다. 야구장의 모든 사람이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저도 함께 열광했습니다. 갑자기 더워졌고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38번째 시즌을 자이언츠 팬으로 살았습니다. 잘해서 기뻐하기보다는 못해서 욕했던 게 많은 시간이었지요. 스포츠 채널이 늘어나고, 인터넷으로 전 경기를 볼 수 있는 세상입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거의 빼먹지 않고 챙기고 있습니다.
야구를 보다 보면 상대하는 팀에 따라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어릴 때 빨간색과 하얀색 잠바를 입고 OB 옷이 제일 멋지다며 으스대던 재명이, 서울 사람은 MBC 청룡 팬이어야 한다며 우기던 시준이. LG 치어리더가 제일 예쁘다던 재규, 잠실야구장에서 늘 원정 팬일 수밖에 없음을 함께 한탄하던 KIA 팬 종기, 이상목을 FA로 롯데가 데려갔을 때 장단점을 얘기하며 잘 부탁한다던 한화 팬 경일이….
이젠 두산과 경기할 때는 양의지의 FA 이적을 아쉬워하던 아트 홍님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흔치 않게 두산에서 뛰다가 롯데로 와 다시 두산으로 돌아간 선수가 둘이나 있습니다. 홍성흔, 김승회입니다. 두 선수는 양 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요. 지금은 민병현 선수가 롯데에 와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눈물의 린드블럼과 장원준이 두산에 가 있지요. 양 팀이 좋은 선수를 주고받았던 것처럼, 아트 홍님과 함께 일하며 많은 도움과 배려를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친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함께 보내는 책의 저자는 18년 차 베테랑 야구 전문기자입니다. 남편도 SK 와이번스 프런트로 근무한다고 하네요. 1월부터 12월까지 야구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담아 야구 지식부터 그라운드 밖 이야기까지 베테랑 야구 전문기자의 깨알 야구 토그를 들으 실 수 있습니다.
야구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계속해서 야구를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두산의 좋은 성적도 기원합니다. 언젠가, 우리 생에 롯데가 우승한다면 절 한 번쯤 떠올려주시지요~ ^^
2019년 모월 모일
조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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