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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전파사

작은 아씨들, 남친의 젠더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영화 포스터

아내가 모녀가 함께 봐야 한다고 했지만, 장모님은 강화도로 여행 가시고, 5학년 딸아이는 아직 1인치의 장벽이 큰지, 자막 있는 영화보다는 집에서 런닝맨 시청을 택하더군요. 저는 라미란이 나오는 <정직한 후보>를 보고 싶었지만, 얌전히 아내를 따라나섰습니다.

 

영화는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0년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여성으로서의 한계가 지금보다 더 명확한 시대에 각자의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성 강한 네 자매의 이야기입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떠 올랐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그저 고전으로 남아 옛날이야기인 것 같은 반면, 작은 아씨들은 여러 차례 영화화되며 재생산되어서 요즘과도 연결 지어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물론 스칼릿 한 명의 이야기가 아니라 개성이 다른 네 자매의 이야기인 점도 차이가 있을 것 같고요.

 

엄마(로라 던), 영화 포스터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가 물에 빠진 게 자기 탓이라며 자신의 성격을 탓하는 둘째 조(시얼샤 로넌)를 위로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엄마(로라 던)도 마찬가지로 화를 못 참고, 늘 노력한다고 말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응답하라 1988에서 성동일의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 자네. 아빠도 아빠가 처음 인디. 긍께 우리 딸이 쪼까 봐줘."라는 대사가 생각났습니다. 미국 남북전쟁 시대에 네 딸을 기르던 엄마나, 80년대 개딸을 키우던 아빠나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자녀와 대화도 되고 위로도 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첫쨰 딸, 메기(엠마왓슨), 영화 포스터

 

"내 꿈이 너와 다르다고 해서 그것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야"

 

첫째 딸 메그(엠마 왓슨)의 결혼식 날, 꿈을 포기하지 말고 함께 도망가자는 둘째 조의 말에 메그의 대답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는 것이 자신의 꿈이기에, 각자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다 존중받아야 함을 얘기합니다.

 

셋째 베스(엘리자 스캔런)가 아플 때, 조와 바닷가에서 나눈 대화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베스는 조에게 예전처럼 글을 써서 읽어 달라 하지만, 조는 더 이상 글을 안 쓰기로 했다고 합니다. 베스는 조에게 말합니다.

 

셋째, 베스(엘리자 스캔런), 포스터

"그럼 내 이야기를 써줘. 누가 알아주기 전에도 언니는 작가였어"

 

쓰는 사람이 곧 작가이며,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누구의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넷째, 에이미(플로렌스 퓨), 영화 포스터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라 아무도 안 쓰니까 그렇게 안 보는 거야.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자신이 쓴 네 자매의 이야기를 누가 관심 가져주겠냐며 자신 없어하는 조에게 에이미가 한 말입니다. 영화는 내내 각자의 삶이 모두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현실과 과거가 교차합니다. 초반부에는 조금 헷갈리지만, 원작이 있어 스포일러가 없다시피 한 이야기이기에 오히려 영화의 재미를 높이는 효과적인 장치인 것 같습니다. 특히 이야기의 끝부분에 조가 출판업자와 책의 결말에 관해 얘기 나누는 장면에선 현실인지 책 속 이야기인지 다소 모호하게 교차시켜 더 흥미로웠습니다.

 

둘째 조(시얼샤 로넌), 영화 포스터

무엇보다 작은 아씨들은 여성은 단지 남편을 잘 만나야 한다는 당시의 한계를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페미니즘 문학으로 평가받으며 현대적으로 세련되게 재탄생시켜 뉴클래식이라고도 불립니다.

 

극장에서 나올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젊은 커플의 얘기가 귀에 들어옵니다. 남친이 졸았다며 결국 꼴페가 어쩌고 저쩌고 합니다. 여친의 표정이 어둡습니다.

 

작은 아씨들은 그레타 거윅이라는 여성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고 여성 배우의 비중이 큰 영화입니다.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분명히 강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쓴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에서는 페미니스트를 '남자든 여자든, 맞아, 오늘날의 젠더에는 문제가 있어, 우리는 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해, 우리는 더 잘해야 해, 하고 말하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영화에서 첫째 딸 메그로 나온 엠마 왓슨은 UN 양성평등 홍보대사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UN 연설에서 페미니즘을 '남성과 여성이 사회, 정치,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것'이라고 합니다.

 

작은 아씨들은 불합리한 세상에 안주하지 않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 그저 좋은 여자와 괜찮은 남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사람이 페미니스트라면 꼴페 영화란 말을 붙이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남친의 젠더 감수성을 확인하기에 이보다 좋은 영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함께 보시고 남친과 얘기해보세요. 더 만나야 할 사람인지 아닌지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고 찾아 본 후, 솔직한 제 생각을 담은 리뷰를 작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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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전파사, jocha 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