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전파사

세상을 바꾸는 건 소박한 능력 - 보건교사 안은영

보건교사 안은영(정세랑, 민음사)

 

"은영의 핸드백 속에는 항상 비비탄 총과 무지개색 늘어나는 깔때기형 장난감 칼이 들어 있다. (중략) 안은영, 친구들에게는 늘 '아는 형'이라고 놀림 받는 소탈한 성격의 사립 M고 보건교사, 그녀에겐 이른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그것들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p.12

    

보건교사 안은영은 죽고 산 것들이 뿜어내는 미세하고 아직 입증되지 않은 것을 봅니다. 귀신을 보기도 하고 사람들의 야한 상상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능력으로 학생들을 하려는 악귀들을 쫓아내는데, 가지고 다니는 무기라곤 비비탄 총과 무지개색 늘어나는 깔때기형 장난감 칼뿐이죠.

    

"어차피 언젠가는 지게 되어 있어요. 친절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계속 이겨요. 도무지 이기지 못하는 것까지 친절함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괜찮아요. 져도 괜찮아요. 그게 이번이라도 괜찮아요. 도망칩시다. 안 되겠다 싶으면 도망칩시다. 나중에 다시 어떻게든 하면 될 거예요." p.265

    

책의 거의 마지막 악당과 싸울 때 남자 주인공 인표가 안은영에게 한 말입니다. 나쁜 사람의 반대는 친절한 사람이랍니다. 결국, 현실에서 악과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일상에서 그저 주변에 친절한 보통사람을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비슷한 능력을 갖췄지만, 본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그 능력을 활용하는 원어민교사 메켄지와는 다르게 은영은 자신의 능력을 옳은 곳에 쓰고자 합니다.

  

작가 정세랑

 

흔히 알고 있는 영화 속에선 슈퍼이어로가 지구의 운명을 놓고 우주 최강 빌런과 싸우지만, <보건교사 안은영>(정세랑, 민음사, 2015)은 평범한 이름과 소박한 능력으로 주변 사람의 고통을 해결합니다. 전에 읽었던 <재인, 재욱, 재훈>(정세랑, 은행나무)도 비슷한 컨셉입니다. 세상을 변화하는 데는 대단한 능력이 필요한 게 아니고, 우리 주변에 조금의 관심과 노력이면 된다는 말을 작가가 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소설은 학원물에다가 귀신과 퇴마, 초능력 그리고 과거의 정신을 가르치는 한문 선생 남주와 육체의 건강을 돌보는 보건교사 여주의 썸, 역사 교과서와 아이돌, 선생님을 향한 짝사랑 등 본격 학원 명랑 미스터리 소설로 재미와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추었습니다.

 

정유미(매니지먼트 숲), 남주혁(인스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됩니다. 넷플릭스 버전 각본은 정세랑 작가가 직접 썼다고 하며,  `미쓰 홍당무'와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이 연출하고 정유미가 주인공 안은영으로, 남주혁이 한문 선생 홍인표로 캐스팅되었답니다. 촬영을 마쳤다고 하는데, 올해 공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즐겁게 쓴 이야기라 영원히도 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언젠가 다시 또 이어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277

    

작가의 말 중 마지막 문장입니다. 즐겁게 썼다니 더 이어 쓸 수 있길 바랍니다. 소설로 드라마로도 학원 연작물로 이어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