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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전파사

tvN 요즘 책방:책읽어드립니다. 조지오웰 <동물농장> 편

tvN <요즘 책방:책읽어드립니다>에서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다루었습니다.

 

<동물농장>은 모든 독재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나타나는 시대의 부조리와 모순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수많은 인간군상을 동물로 표현한 시대를 뛰어넘는 최고의 우화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7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었고 국내에서만 누적 100쇄를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우리나라에 특히 일찍 번역되었는데요. 소련과 미국의 냉전이 시작되고, 미국으로서는 소련 체제를 비판하는 동물농장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48년 10월 미 군정청에 의해 냉전의 한복판이었던 한국인을 위해 한국어 번역본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동물농장(조지 오웰, 민음사)

 

□ 동물농장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20세기 소련 스탈린의 독재 체제를 비판하고 있지만, 넓게 보면 모든 정치사회의 현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정 체제를 비판했다기보다는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체제를 비판하고 대항하는 방법을 남김없이 밝혀낸 소설입니다. 어떤 역사적 사건들과도 잘 들어맞는 이야기여서 생명력이 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우화적인 표현이 작품의 오랜 생명력으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말이 안 되지만, 우화이므로 따지고 들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동물농장의 시대적 배경은?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의 소련이 주된 배경입니다. 3월 혁명과 11월 혁명. 두 차례의 혁명이 일어나는데요. 황제의 폭정과 1차 세계대전의 참전으로 러시아인들은 힘들었습니다.  이때 시위 중 3월 혁명이 일어납니다. 황제가 퇴위하고 임시정부 수립됩니다. 미숙한 임시정부 때문에  11월 혁명이 일어나지요. 이때 레닌의 주도로 사회주의 정부가 탄생합니다. 레닌의 사망 후, 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무력을 동원한 트로츠키가 아닌 스탈린이 권력을 잡습니다.

 

tvN 요즘 책방:책읽어드립니다. 

 

 동물농장 속 동물들이 상징하는 이름.

 

장원농장=제정러시아

존스=차르 니콜라이 2세

메이저 영감=마르크스와 레닌

나폴레옹=스탈린

스노볼=트로츠키

스퀼러=권력에 영합한 어용 지식인, 언론, 당 기관지.

양들=우둔한 민중, 무조건적인 지지층.

 

 이름에 담긴 숨겨진 뜻?

 

메이져 영감. 메이져 =주된 사상

스퀼러 = 꽥꽥거린다.

뮤리엘 = 지혜로운 염소. 조지 오웰이 키우던 염소 이름.

나폴레옹 = 프랑스 대혁명의 아이콘이던 그가 결국 황제가 됨. 유럽문화에서는 좋은 평가 받지 못해.

 

 사람과 비슷한 영장류가 아닌 가축을 등장시킨 이유는?

 

가축은 오랫동안 인간이 길들이고 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축은 반항하지 않고 복종했기 때문에 인간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축화에 가장 성공한 종은 인간입니다. 인간이 스스로 동물적 본능을 억제하고 유순하고 참을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통상 문명화라고 불리는 자기 가축화를 통해 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 보이는 정신적인 문제도 가축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가축들에게 많이 관찰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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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배계급이 돼지?

 

돼지를 우두머리로 삼은 이유는 돼지의 실상을 알게 되면 머리를 끄덕이게 됩니다. 돼지는 청결합니다. 의외로 사나운 성격. 충분히 가축화되기 어려워 중세 때는 돼지가 아이를 잡아먹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서열을 중시하고 지능이 높고 사회성의 바탕이 되는 공감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조지 오웰이 풍자하려 한 역사적 사건들

 

스탈린의 독재화 과정에 수많은 폭정이 있었습니다. NKVD라는 내무 인민위원회가 있었는데, 스탈린 통치에 반대하는 내부 숙청을 위해 활약했습니다. 130만 명을 체포하고 68만 명을 처형했다고 하고요. 시베리아 정치범 수용소인 굴라크에는 약 1,400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합니다. 1,100만 명 이상이 학살된 홀로도모르라고 불리는 우크라이나 대기근 역시, 정치적으로 계획된 학살이라는 주장도 있을 정도입니다. 20세기 최악의 학살자로도 불리는 스탈린.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운 혁명가가 어떻게 자유와 평등을 압제하는 독재자가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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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가는 어떻게 독재가 되었나?

 

나폴레옹은 독재정치를 하고 술을 마시고 두 발로 걷고 침대 생활을 합니다. 인간과 거래하고 동물을 죽이고. 인간과 포커까지 즐기게 됩니다. 일요 집회를 폐지한다고 선언하며, 돼지로 구성된 특별위원회 구성하고 비공개한다고 통지합니다. 다시는 토론은 없다고 말하는데요.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은 뻔뻔함입니다. 타인의 비난에 초연한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비난을 두려워하는 사람들과 달리 강력한 자기 확신을 가져야 독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토록 뻔뻔한 독재자를 막는 방법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입니다. 독재자는 이에 근본이 되는 토론과 집회를 금지하고 대신 민주 집정제를 시스템화합니다.

 

나폴레옹의 오른팔 스퀼러는 동물들의 이의제기를 철벽 방어합니다. 존스가 다시 왔으면 좋겠다는 거야? 라는 반복적인 말을 하는데요. 스퀼러는 현대사회의 가짜뉴스와도 유사합니다. 필요한 모든 것을 SNS에서 찾는 시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더 신경 쓰고 감시하지 않으면 동물농장의 동물이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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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 계명은 변경은 우리나라의 헌법개정 절차와 유사합니다.

 

1차 개헌은 대통령의 요구와 국회의 요구를 각각 발췌한 발췌개헌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대통령의 요구만 현실화하였습니다. 6.25 전쟁 중이었기 때문이지요.

 

2차 개헌은 사사오입 개헌입니다. 4년 임기에 1회 중임을 초대 대통령에 한해서는 중임제한을 철폐해 사실상 영구집권을 가능케 했습니다. 반올림이라는 사사오입이라는 놀라운 논리로 개헌이 되었습니다. 4·19 혁명이 촉발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때 주저 없이 거리로 달려 나간 시민들 덕에 독재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계명을 지키지 않는 돼지들에게 동물들이 불만을 품자 교묘하게 조작합니다. 규칙은 문장 자체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실행될 때만 의미 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최소한의 법적 보호도 못 받는 노동자를 위해 분신하며 마지막까지 외친 말도 근로기준법 준수입니다. 독재에 저항하는 첫 번째는 규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저항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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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만 가지면 왜 변할까?

권력에 대한 의지와 부패의 속성은 인간 모두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권력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시간과 노동력을 쓸 수 있다면, 남을 따르는 게 이익이라면…. 당연히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거지, 사람을 바꾼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1984> 에 나오는 당의 슬로건은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입니다. 폭악적인 정권은 국민이 무지하기를 바랍니다. 아는 것이 힘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선거를 앞두고 한 번쯤 다시 읽어보고 생각해볼 만한 <동물농장>이었습니다.